시청역 3번출구로 나와 30미터 앞, 서울시의회 골목에서 들어가면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을 지나 바로 미술관을 찾을 수 있다.
아주 멋진 성당건물을 보며 걷다가 멋진 갈색빛의 미술관 건물을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서울시의회 앞은 종로에서 놀고 집에 갈때마다 버스속에서 보는 곳이였고 실제로 발로 걸은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좋아하는 '틈'처럼 쌩뚱맞은 골목이 매우 인상깊었다. 날은 아주 쌀쌀하고 조용하며 건조한 공기가 골목의 분위기를 더 낭만적으로 만든게 아닌지..?
멋진 사진을 볼때마다 와 어떻게 이렇게 멋진 프레임을 잡아내는거지! 라고 감탄은 해도 절대 그렇게 찍지는 못하며; 하물며 그렇게 멋지다고 느끼는 사진도 몇몇 안될정도로 예술적인 감각이 뒤쳐지는 나로서는.. 그 사진전이 그렇게 기대되지는 않았었다. 솔직히 가면서도 내가 그 거장의 사진들을 보고 과연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을 했으니.. 진짜 멋진 작품을 보면서도 전혀 감동받지 못하고 뭐가 멋진지 모르는 둔하고 무식한 인간이 나니까.......
도착시간은 4시 10분정도 되었었는데 마침 도슨트의 설명이 4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옷 이런 좋은 기회가 라고 생각하며 병아리들처럼 도슨트를 따라다니며 열심히 들었다. (우리 외에도 사람은 많음.)
프레임을 두개로 분할시킨 표현방식부터 들었는데 이런 구도를 예전에 본적 있나 모르겠지만, 설명없이 그 사진을 봤더라면.. '음.. 두개로 분할시켰네. 식상한가? 멋진건가?' 이런식으로 뒤숭숭한 감상을 하며 스쳐지났겠지만 설명을 들으며 보니 작가의 스타일이라는 것도 알 수 있고 뭔가 더 의미가 느껴지고.. 한마디로 말해서 작품을 감상하기가 더 수월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건지는 모르겠다.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감상을 해서 그런게 아닐까 한다. 도슨트의 친절한 설명으로 감상하기가 부담스럽지 않고 나 자신을 자학하지 않고 '수월'했다. 한 예술감각 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도슨트의 설명같은건 감상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한다고 싫어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스치고 있다.
또 기억나는 설명은 1930년대에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한 여성이 여성들을 모아두고 연설이라고 해야하나 뭔가 열정적으로 외치는 사진이었다. 시대적 상황으로 보아 여성권을 위한 연설이었고 그 사진을 촬영한 작가가 진보주의적 성향을 가졌다는 설명이었다.
초상화작업을 별로 하지 않았다던 작가가 작업한 초상화가 몇점 있었는데 그 중엔 피카소의 초상화도 있었다.. 아주 부끄럽지만 피카소의 실제 얼굴운 처음 봤는데 아주 풍체 당당한 할아버지였다. 배도 상당히 나오고. 피카소의 작품과 전혀 매치되지 않았다..
윌리 호니스는 사진관을 하던 아버지에게 사진기를 물려받아 파리의 명소를 찍으러 돌아다녔다고 한다.
프랑스 혁명 기념일에 많은 인파속에서 아버지에게 무등을 타고 있는 소녀를 찍은 사진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어딘가를 보는 군중들 속에서 소녀와 소녀의 아버지, 몇몇 사람이 사진가를 보고 있다. 특히 소녀가 뚫어져라 보고 있다. (이 소녀와 호니스는 결국 만나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는 자신이 찍은 사진의 주인공들과 몇몇 만났다고 한다. 또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못만나고..)
윌리 호니스의 사진은 인내와 관찰로 설명할 수 있다. 도슨트도 그런말을 했고 사진 옆에 호니스가 한 몇 마디가 짧게 정리되어 있는데 거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 그는 억지로 연출된 사진은 찍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장면이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려 찍어냈다고 한다. 또한 그런 모습은 200점이 넘는 흑백사진들을 보면서 확실히 알 수 있다. 전혀 의도하지 않고 오로지 원하는 장면을 인내로 기다려 찍어낸 그림같은 사진들. 정말 멋졌다.
인상깊었던 사진 두 점이 있는데 바로 '해군의 이별'과 '마리안과 뱅상, 겨울' 이라는 사진이었다. (갑자기 사진제목 헷갈리기 시작....ㅜㅜ) 바깥에서 바라본 창문 속에 드리워진 커튼 사이로 해군과 어떤 여인이 마주하고 있는 사진이다... 왜 이리 슬픈건지 알길이 없었다. 그게 사실 이별이 아닐수도 있는데.. 제목때문인가..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두번째 사진은 아내 마리안과 아들 뱅상이 눈밭에서 찍은 사진으로 화면 전체에 나뭇가지들이 많다.. 처음 설명을 듣기전에는 마치 나무사이로 하늘에 두 사람이 걸려있는것 같아서 저걸 어떻게 찍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은 눈밭이었다. 호니스의 아내는 자신보다 먼저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떠나고 아들도 젊을때 비행기 사고로 먼저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두 식구를 먼저 보낸후 그 사진을 보며 마치 천국에서 아내와 아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것 같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무척이나 그렇게 보였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사진가에 대한 다큐를 상영하고 있었다. 미술관장이 직접 다녀왔다고 한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은후 한점한점 살펴보고 다큐를 보니 뭔가 확실히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속에 와닿고 정말 뜻깊게 보냈던 그 시간들을 지금 이시간 이렇게 포스팅하자니 어떻게 써야할지 전혀 모르겠다. 계속 주절주절 대기만 하고 실제로 쓰고싶은말은 전혀 쓰지 못하고 있다.
단지 아직까지 확실히 남아 있는건 그의 사진속에서 묻어나는 따뜻한 휴머니즘이다..
'아름다운 이미지란 가슴을 통해 만들어지는 기하학이다.' '나는 인생을 따라 움직였다. 사람들을 사랑하고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을 사랑한다.' '난 스스로 중얼거렸다. 70년 동안 사진 셔터기를 눌러봤으니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다... 나의 마지막 작품은 누드였다. 왜 누드를 찍었냐고 묻는다면 바로 누드는 '뛸 필요가 없으니까!' '
몇달전 북스캔에서 매달 보내오는 안내도서들을 보던중 타샤 시리즈를 보고는 바로 꽂혔었는데 이제서야 사게 되었다. 오늘 검색하다가 알게된거지만 타샤의 겨울이야기라는 패키지 상품도 있던데; 타샤의 그림까지 있는 엽서도 준다고 하더만 이미 늦어버렸.. 아쉬워라...
타샤 튜더는 미국 명문가 집안 딸로 태어나 15살때 학교를 그만둔 뒤 혼자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릴적 그레이엄 벨의 집에 피어있는 장미를 보고는 원예를 별 생각없이 꿈꾸기 필요했다는 그녀... 56세때 아들이 지은 집으로 이사와 30만평의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19세기풍의 생활양식을 좋아하는 타샤는 옷도 직접 만들어 입고 (원단까지 베틀로...) 일년동안 쓸 500개의 양초를 직접 만들며 직접 짠 염소젖으로 버터를 만들고.. 자신이 기르는 채소로 식사를 하며.. 자신의 기르는 허브로 핸드크림을 만들고.. 자신의 정원에 폭 빠져서 살고 있다.. 일년내내 자신의 화원을 위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손님들이 찾아오면 직접 장작스토브로 구운 빵을 내오는 둥 생각만해도 느긋하고 동화적인 삶을 살고 있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를 하면 손님들은 미로처럼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모르는 정원을 산책하게 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 비밀의 화원인데 (아쉽게도 삽화는 다른사람이 그렸던 책으로 봐서..) 콜린과 메리와 디콘이 자신들만의 은신처로 삼았던 그 비밀의 화원이 책속 사진에서 그대로 펼쳐진 느낌이었다. 타샤 자신도 넓은 정원중 '비밀의 화원'이라고 칭하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결국 너무 유명해졌다고 한다.
책을 펼치고 사진작가가 찍은 정원의 사진을 보는 순간 꽃향기가 진하게 풍겼는데 그게 의도된건가 하는 착각에 책속에 코를 묻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지만, 책에서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새책의 향밖에 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다시 얼굴을 들고 사진을 보면 어디선가 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꽃향들이 나는것 같았다.
그녀의 정원을 본 소감은 한마디로 '눈물이 날 것 같다'이다.
타샤의 몇십년간의 계획으로 멋지게 자리잡은 그 별천지는 사진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고심하며 세심하게 꽃을 배치했는지 원예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곳에서 여름밤엔 모닥불을 피워두고 아이들과 춤을 추는 타샤를 생각하자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것 같고 또 한편으론 그곳에서 신나게 웃고 있을 내가 생각이 나기도 했다.
'향연'이라는 단어는 '피'하고 밖에 어울리지 못할거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하고 있던 차에 '색의 향연'이라는 단어를 보니 어찌나 충격이던지... 우울해 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이 않냐고 반문하는 타샤의 그 한마디가 어찌나 가슴속에 깊에 박혀버렸는지..
한없이 너그럽고 인자할것 같지만 또 그만큼이나 강하고 위엄있는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나에게 큰 평안을 선물한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진짜로 꽃이 만발한 넓은 정원이 눈앞에 있다면 바랄나위 없겠지만 마음속에 그런 정원이 자리잡고 있다는것 만으로도 행복한일이 아닐지..
*이미지의 출처는 타샤의 블로그입니다. 이곳에 가시면 여러 사진과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