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전
.... 2007/07/30 00:31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빛의 화가 모네 - 순간에서 영원으로'를 다녀왔다.
4시에 있는 도슨트 설명을 들으려고 했는데 좀 늦는 바람에 6시 설명을 듣기로 하고 1층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부터 둘러봤다.
일단 모네 전 얘기부터.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을 거라고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런 엄청난 인파라니..ㅠㅠ
2층도 2층 나름대로 사람이 많았는데 3층이 좀 더 대중적인 취향인걸까, 거의 줄 서서 관람하는 분위기였다.
일행당 2~3명의 사람들이 죽 줄을 서 있었다. 정말로 순간 멀미가 나버렸다..
폐장은 8시라 좀 여유 있게 보기 시작.
1층 관람을 마치고 올라가니 5시 30분이었다.
엄청난 대열에 합류할 자신은 없어서 일단 2,3층을 죽 둘러봤다.
섹션 별로 나뉘어져 있는 모네의 작품들은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서야 더 와 닿았다.
가족의 초상, 물 위의 풍경 : 수련, 지베르니의 정원, 유럽의 빛, 센느강과 바다 이렇게 나뉘어져 있는데 어느 구역 할 것 없이 정말 다 좋았다고 느껴져서 눈 호강 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6시부터 시작되는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나니 7시가 못 되어 있었는데, 이쯤부터 폐장시간이 다 되어서인지 사람이 슬슬 적어지고 있었다.
도슨트 설명 듣고 나서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해서 잠시 숨도 돌릴 겸 3층 끝 쪽에 위치한 모네 관련 영상을 봤다.
도슨트의 설명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상이 그림 감상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게 일본식 다리를 그린 거에요, 어떻게 생겼는지 아시겠어요? 라고 설명을 들었다면 영상에서는 실제 다리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거기다가 지베르니의 멋진 정원이라던가, 오랑주리 미술관에 있다는 그 거대한 수련연작은 내가 직접 가보지 못하는 이상은 이렇게 뿐이 볼 수 없으니까.
영상으로 보기만 해도 타원형의 방 안에 둘러져 있는 수련들은 경건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영상을 다 본 후 3층을 다시 둘러보고 2층으로 내려와 연대기도 꼼꼼히 읽고 작품도 좀더 자세히 본 다음에 다시 3층으로 올라가니 사람이 확 빠져서 정말로 여유 있게 원하는 만큼 감상할 수 있었다. 또 다시 2층으로 내려와 좀더 자세히 감상.
나름대로 요리조리 알뜰살뜰 잘 감상했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역시 거장이니까.. 전시회 한번 가서 몇 번씩 둘러본 거로는 부족해. 또 갈 계획이다. 다시 가면 휴가를 내던지 반차를 쓰던지 해서 꼭 평일에 가야겠다. 물론 주말 폐장직전 느긋함도 좋았지만..
나름의 느낌을 적어보자면...
백내장으로 거의 눈이 안보일 때의 그 강렬한 색채와 거친 터치, 뭉뚱그려진 색감이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았다.
연꽃아래 수면으로 드리우는 석양과 버드나무들이 보였다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나..? 알 수 없는 경계선과 색감들도 멀리서 보면 볼 수록 더 형체가 뚜렷해지니..
순간에서 영원으로 라는 부제에 관한 도슨트의 설명이 인상적이었는데 여기에 글로 적으려니 잘 안된다. 그냥 마음으로만 느끼고 있어야겠다.
사실 모네 전도 엄청 좋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좋았던 뜻밖의 수확이 있었으니, 바로 1층에서 전시되고 있는 '신체에 관한 사유 - Text in Bodyscape' 라는 전시회이다.
여러 명의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 디지털 프린트라던가, 외계생명체들이 도자로 구워졌다던가(보기엔 도자처럼 보였는데 확실히 모르겠네..) 몇 백 개의 탄성 줄에 프린트되어 입체감이 너무나도 훌륭한 신체의 모습이라던가, 영상에 비춰지는 나의 디지털화 된 모습 등은 정말로 매력적이었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건 바로 이배경 님의 'intersection'과 'selftime'!!!
디지털아트라고 하면 되나. 너무 신기하고 내가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말로 좋았다.
intersection -
티브이 옆에는 캠코더가 있고 티브이 앞에 서게 되면 절로 캠코더에 내 모습이 잡힌다.
화면에는 검은 바탕에 의미 있는(혹은 없는) 타이포그라피들이 점점 찍혀 검은 바탕이 사라지게 되는데,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는 바로 가만히 서 있으면 안된다는거다.
캠코더가 있어서 알 수 있듯이.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면 나의 실루엣 안에서만 타이포들이 찍힌다.
즉 배경은 검은 상태. 내 실루엣은 움직이는 족족 타이포들로 채워지고.
처음엔 몰랐다. 뭔가 움직이긴 하는데 어떻게 되가는 건지..
주변에 나 혼자 있을 때, 영상이 검은 화면부터 시작할 때.. 그제서야 알았다.
나만 디지털화 된다. 점점 생기는 단어들은 내 안에서만 생겨난다.
유리창을 닦듯이 팜플렛으로 원을 그려봤다. 이렇게 멋질 수가.. 역시 화면 안에 디지털화 된 나도 원을 그린다......
작가님 존경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멋진 작품을.. ㅠㅠ
selftime -
빔프로젝터로 쏘여지는 스크린 앞에 사람들이 서면, 역시 옆에 있는 캠코더가 사람들을 담아낸다.
내가 움직이는 모습이 역시 뭔가 기계적이다. 미래에 온 느낌. 정말로 생소하고 신기한 느낌이었다.
뛰어도 보고 걸어도 보고 가만히도 있어보고.. 가만히 있어야 내 모습을 그나마 온전하게 찾는다.
스크린 앞쪽으로 김윤경 님의 Reconstructed Bodies 라는 헌 옷으로 이루어진 설치미술작품이 있는데 이게 또 근사한 배경이 되어주는 거다.
반드시. 그 작품들을 돌아보면서 스크린을 보길 권한다.
새로운 세계에서 돌아다닌 나와, 새로운 세계를 찾아 다니는 나.
역시 강추..!
이 작품들 말고도 다른 작품들도 정말로 멋지다. 계속 설명하면 입 아프고 손 아프다.
모든 작품들이 개성이 넘치고 위트가 넘치고.. 정말로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사실 7시 40분 정도에 모네 전 관람을 마치고 1층을 한번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재 입장이 되었을 라나; 모네 전은 안 되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서 눈물을 머금고... 이 전시회때문이라도 한번 더 와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리고 반드시 가야겠다는..!!!!
8월 12일까지 하니 꼭 그 전에 가야겠다.
끝나고는 종각 뎀셀브즈에서 커피랑 크라상 먹으면서 낙서도 하고 신문도 보고 팜플렛도 다시 보고. 좋은 시간들. 그나저나 나도 된장남 놀이 좀 해보고 싶은데..ㅋㅋ
집에 혼자 박혀 있으면 또 꾸잡해질까봐 바람도 쐴 겸 다녀온 건데 정말로 마음도 따뜻해지고 머리도 맑아지고 눈 호강까지.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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